[오피니언 뉴스] "동해 지명 '동해/일본해'로 병기 하자"...동해연구회, 28일까지 부산서 세미나 개최
- 작성일2024/09/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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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지명 '동해/일본해'로 병기 하자"...동해연구회, 28일까지 부산서 세미나 개최
2024.09.26 11:19 박대웅 기자
동해연구회, 25일부터 사흘간 부산서 동해 지명 관련 세미나 개최
1992년 8월 제6차 UN 지명표준화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동해'(East Sea) 수역의 '일본해'(Sea of Japan) 단독표기에 반발하며 동해 '병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관되게 국제적으로 일본해로 돼 있는 표기를 '동해/일본해'로 병기할 것을 외치고 있다.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통용된 건 우리의 아픈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전쟁 이후 냉정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의 UN 가입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남북한이 UN에 동시 가입한 건 UN이 창설하고 40여년이 지나고, 냉전이 해체된 1991년 9월이다.
UN 가입 후 한국 정부는 UN의 각 기구들이 우리 정부를 향해 보내 온 공문서에서 일본해로 단독표기된 문서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결국 정부는 1992년 동해와 일본해를 동시 표기하는 대책안을 마련하고 동해 병기를 공식적인 정부 입장으로 채택한다. 당시 동해 병기 주장이 일본과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정부는 '동해 병기' 방침을 고수했다. 이후 정부는 각종 국제회의에서 '동해 병기'를 적극 주장했다. 1992년 8월 제6차 UN 지명표준화회의를 시작으로 꾸준히 동해 병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의 동해 병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공식 홍보자료를 통해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며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각종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나아가 북한까지 삼국은 합의점을 찾고 있지만 팽팽한 줄다리기만 이어가고 있다.
국제표기명칭대사를 지낸 유의상 광운대 겸임교수는 "1952년부터 1965년까지 진행된 한일회담의 어업 문제 교섭 기록을 담은 외교사료에 동해 수역을 '일본해/동해'로 병기한 일본 정부의 공식 문서가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한국과 일본간 공식 수교 이전 한일회담 개최 시기까지만 해도 일본 측이 오늘날과 같이 '일본해' 단독 표기에 집착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서 일본 측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학계에선 국내에서도 일본해를 동해 단독 표기로 바꾸는 국수주의적 접근이 아닌 한일 양국의 입장을 공히 존중하는 '병기' 방침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동해연구회는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25일부터 나흘 동안 부산에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동해연구회가 '동해' 명칭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각국의 지명 전문가와 학자를 초청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래를 향한 지속 가능한 지명 사용: 세미나 30년의 성과와 도전'을 주제로 14편의 논문이 발표되고 토론도 진행된다. 부산 해운대구 파크하얏트부산호텔에서 열리는 세미나는 25일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세부 일정은 26일 개회식을 필두로 사흘간 열린다.
지난 15년간 미국 내 동해 병기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조지프 스톨트먼 미국 웨스턴미시건대 명예교수, 언어지리학자 물타미아 라우더 인도네시아대 교수, 국제표기명칭대사를 지낸 유의상 광운대 겸임교수 등이 발표에 나선다.
또 피에르 자이야르 유엔지명전문가그룹 의장, 캄푸자노 로살레스 미주역사지리연구소(PAIGH) 사무총장, 라이너 도멜스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국내에선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박노형 고려대 명예교수,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이상태 한국영토학회 회장, 김정현 국립해양조사원 해도수로과장 등이 자리한다.
주성재 동해연구회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국제기구와 지명 전문가에게 동해 명칭 이슈를 명확히 알린 결과 상당수의 외국 정부 기관, 지도제작사, 미디어가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해연구회는 1994년 창립했으며 동해 지명을 연구 및 홍보하는 민간 단체다. 동해 표기의 역사성과 정당성을 밝히는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다수의 국문과 영문 책자로 출간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