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기고] 동해 표기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다녀와서
- 작성일2020/09/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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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해 표기에 관한 국제 세미나를 다녀와서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0-09-21 15:43:42 수정 2020-09-21 16:57:17가가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전 주핀란드 대사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개최된 제26회 '동해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 세미나'에 다녀왔다. '동해' 지명을 다루는 회의인 만큼, 푸른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회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해'가 아닌 '동해' 이름을 되찾기 위한 학술적 근거를 모색하기 위해 '동해 연구회'를 설립한 지 스무 여섯 해가 지났다. 연구회는 창립 이듬해인 1995년 제1회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이후 26회에 이르기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이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높이 평가할 일이다.
금번 26차 세미나는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하에서 개최되었으나 나름의 성과를 거둔 회의였다. 우선 코로나19로 해외 인사의 참석이 어려운 관계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새로운 형식이 시도되었다.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해외에서의 접속도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현장에서는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불편도 있었지만, 이 또한 뉴노멀로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금번 세미나는 급격히 디지털화 되어가는 시대 상황에 맞추어 '디지털시대의 지명 표기'를 주제로 다루었다. 정부가 1992년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후 각계각층이 노력한 결과, 2000년 2.8%에 불과하였던 동해 병기 비율이 지금은 40%를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누가 종이 지도를 보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종이 지도는 제작자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위키피디아에서 보는 것처럼 지도 이용자가 동시에 지도 제작에 참여할 수도 있다. 즉, 디지털 시대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없어지는 프로슈머(prosumer·producer와 consumer의 합성어)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중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모바일 지도상 줌인 단계별 표기 방법 등 특화된 접근법 모색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필자는 또한 동해 병기를 위한 대일 접근법에서 희망과 절망을 다 보았다. 희망이라면 한·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본 대학생들이 동해 병기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서원대학교 심정보 교수에 의하면 일본 대학생들이 표준 지명으로 31.8%가 일본해를 생각한 반면, 50%의 학생이 동해/일본해 내지 한국해/일본해 병기를 수용하였다 한다. 이 젊은이들이 국수주의 세력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해 나간다면 동해 병기뿐 아니라 한·일 양국 간 갈등 해소에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음으로, 필자는 요미우리신문 서울 지국장의 발언을 듣고서 한·일 간 불신의 벽이 정말 높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였다. 일본은 한국이 지금은 동해 병기를 주장하지만, 병기를 달성하면 틀림없이 동해 단독 표기를 주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다. 한국은 그간 위안부 합의, 1965년 한·일협정을 비롯한 수많은 합의를 수시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일본의 오해에서 비롯된 면도 있겠지만, 그간 양국 정부가 현안을 다루며 얼마나 많은 불신을 잉태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동해 병기 달성은 결국, 디지털 시대에 맞춘 병기 노력과 함께 한·일 양국 간 신뢰 회복이 관건임을 재확인하였다.